명예훼손, 블로그에는 어디까지 적어도 될까?

    사례1

     A씨는 자녀를 낳고 비싼 돈을 들여 산후조리원에 갔습니다. 꽤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산후조리원에 가기 전에 산후조리원 카페에 가입도 하고, 이런저런 활동도 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불만족 후기를 카페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론 카페 회원분들에게 정보 전달의 목적이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래도 산후조리원에 대한 불만 사항이 대다수였거든요. 매출에 영향이 갈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결국 산후조리원은 A씨를 고소했습니다. 

     

     A씨는 명예훼손일까요? 이것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일까요? 만약 A씨가 유죄라면, 우리는 언제나 좋은 후기, 만족한 후기만 올려야할까요? 

     

     

     

    사례2

     B씨는 먹을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음식 사진부터 시작해 가게의 분위기나 가격같은 것들도 꼼꼼히 기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느날 방문한 식당에서 이물질이 나왔네요. B씨는 그냥 사과를 받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공공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죠. 처음에는 쪽지로 글을 내려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글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B씨 어떻게 해야할까요? 

    해결 (2012도10392)

     사례1은 실제로 있었던 판례를 간단하게 재구성했습니다. 말이나 글로 문제가 생긴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인터넷에 글을 적기 때문에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제70조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에 명예훼손이 있긴하지만, 사례 1과 같은 경우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이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등장하게 됩니다.

     

     물론 1항과 2항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제70조에서도 사실과 거짓의 사실을 구분합니다. 

     

     A씨가 거짓의 사실을 적은 건 아닙니다. 판례에서도 나오지만, '다소 표현이 과격'하지만, 어쨌든 A씨가 카페에 적은 글들이 사실과 부합하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A씨가 카페에 적은 글의 목적이 무엇이냐가 관건이었습니다.

     

     A씨가 글을 적으면서 단순히 산후조리원을 음해할 목적으로 적었다면 대법원의 판례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A씨는 정보 공유의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처음부터 밝히기도 했고, 또한 다수가 모여 소비자의 권리를 증진하고자하는 카페의 설립 취지를 생각해본다면, 이글을 마냥 산후조리원에 대한 비방으로 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A씨가 올린 글이나 글을 올린 곳의 특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본다면, A씨가 환불 등 금전적 보상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산후조리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 대법원에서는 인정되었던 것입니다. 즉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는 것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물론 A씨가 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해서 올리긴 했지만, 이건 이전에 올린 글이 산후조리원의 요청에 의해 '삭제'되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아마 비판적인 내용을 적은 본인의 글이 포털에 의해 삭제된 경우를 겪으셨다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또한, A씨가 글을 무분별하게 온갖 카페에 퍼나른 것이 아니라, 오직 정보 전달만을 위한 산후조리원 카페에 적었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더군다나, 산후조리원이라는 곳에 모든 소비자들이 만족하기는 어려우므로, 어느 정도의 비판은 감내해야한다는 이유도 있었구요, 마지막으로 이러한 글로 저하된 산후조리원의 사회적 평가보다, 솔직하게 적은 글로 인한 정보 전달의 이익의 크기가 더 크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용대금 환불은 공공의 이익이 아닌 사익적 목적이긴 하지만, 애초에 A씨가 적은 글의 취지가 사익적 목적이 아니고(블랙컨슈머),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사익적 목적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부수적'인 것이라 명시합니다.

     

    참조조문

    헌법 제124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소비자기본법 제4조

    그 외의 이야기

     아마 이 판례가 없었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쓴 글이라 하더라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억울한 일을 겪는 블로거나 소비자가 많아졌을 것입니다. 

     

     결국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리뷰만 넘쳐나게 되고 결국 레몬마켓에서 소비자들은 X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게 됐을테니까요. 

     

     물론 귀찮긴합니다. 이 판결이 '대법원'까지 갔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A씨는 산후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몇 년동안 송사에 시달리며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를 신경쓰기도 벅찼을텐데 말이죠. 심지어 이건 지방법원에서의 판결이 대법에서 뒤집힌 사례입니다. 

     

     사례2도 그렇지만, 사실 조금이라도 아쉬운 소리를 하면 업체 측에서 포털에 글을 내리라 신고를 하게 되고, 결국 정성스럽게 쓴 글이 강제로 블라인드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법을 잘 알고 있다면, 종국에는 자신이 이길 것을 알고 있겠지만, 결국 늘 말했듯이 소중한 시간과 돈, 그리고 정신까지 쏟게 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여튼 명예훼손은 또 한번 더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이 아닌, 정말 오리지널 명예훼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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