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언제부터 폭행이 될까?

    사례

     친구와 신나게 놀다가 원룸에 돌아온 A씨. 그런데 집 분위기가 뭔가 이상합니다.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요! 설마 귀신인가요?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왠 사람이 1명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집에 도둑이 들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A씨는 우선 주먹을 날려 도둑을 눕혔습니다. 도둑이 도망가려하네요? 도둑의 뒷통수도 발로 찼습니다. 이어 집에 있던 빨래건조대를 들어 도둑을 때렸습니다. 추가로 차고 있던 벨트도 풀어 도둑의 등도 때렸습니다. 

     

     결국 도둑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같은 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과연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일까요? 어디까지가 정당방위이고 폭행일까요?

     

    정당방위

    해결 

     정말 유명한 사건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다루기도 했고, 집에 침입한 도둑으로부터 가족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휘둘렀는데, 왜 이게 정당방위가 아니냐는 일반인들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습니다.

     

    직접 찾아보고 싶으시면 서울고등법원 2015노11이며, 대법원은 2016도2794입니다.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형벌 감면적 과잉 방위)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면책적 과잉 방위)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논란이 되는 정당방위 조항입니다. 여러 함정 단어가 있지만, 중요한 건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습니다. 저 사람이 미래에 나를 죽일 것 같다고, 지금 미리 죽이는 것은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얘기죠.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나네요.

     

     판결문에서도 밝혔지만, 형법 제21조는 어느정도의 자력구제를 허용하면서도, 그것이 사적 보복이나 처벌로 나아가서는 아니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이미 주먹을 맞고 땅에 누운 쓰러진 도둑을 빨랫대로 수차례 가격한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핫한 사건이었으면, 판례에는 외국의 입법례까지 인용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사례를 가져와서 내린 종합적 결론은 "그래도 과했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둑은 "폐쇄성 비골 골절(코뼈), 안와벽 골절(눈 근처), 외상성 경막하 출혈(뇌)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꽤나 심하게 다친 것을 알 수 있네요. 주먹 한 방으로는 사람이 저렇게 다칠 수 없습니다. 

     

     판례를 계속 읽어봐도, 아까의 함정 즉 '현재의 침해'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A씨가 집에 들어왔을 때, 주거의 침입상황은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둑은 그를 해칠 어떠한 무기도 없었고, 위협적인 태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건 A씨가 직접 조사에서 밝힌 바이기도 합니다. 

     

     사실 도둑을 때리다가, 잠시 멈추고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와서 더 폭행을 가한 사안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판결문에서는 소리를 치거나, 허리띠로 묶는 소극적인 방법을 채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빨랫대"로 폭행을 한 점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결국 언론에서는 빨랫대가 "위험한 물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했지만, 판결문을 읽어보면 빨랫대는 부수적인 도구에 불과하고,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시도하지 않고 재차 폭력을 가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59조(상해치사) 

    ①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결국 도둑을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한 A씨는 제259조 상해치사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물론 사유를 참작해 감경이 됐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물론 사회봉사도 얹어서 말이죠.

     

    정말 자세하게 판례를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pdf로 다운받아 여러번 읽어보기는 처음이네요.

     

     


    2015노11_판결문_검수완료.pdf
    1.47MB


    그 외의 이야기

     정말 전국이 시끌시끌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일반인이 법에 느끼는 감정과,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시각이 첨예하게 다른 것도 확인할 수 있었구요.

     

     사실 정당방위를 주장하더라도 온전히 상대방의 잘못을 100%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입니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것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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