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도난, 무슨 죄일까?

    사례

     금요일 밤. 뭔가 출출합니다. A씨는 배달 어플 "배달의 저기요!"을 뒤적뒤적하고 있습니다. 워낙 가게가 요즘 많아서 어디에서 시킬지 고민입니다.

     

     그래도 역시 치킨은 반반이죠. 즐거운 마음으로 주문을 하고 결제까지 완료했습니다. 집까지 오는데 한 40분 걸린다고 하네요? 40분 동안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운동이라도 조금 합니다.

     

     띵동~ 배달이요

     

     치킨을 놓고 황급히 사라집니다. 냄새부터 달달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딱 상자를 열었는데! ..? 뭔가 치킨이 이상합니다. 아니 왜 내 치킨은 다리가 1개밖에 없을까요? 

     

     사장님께 전화를 해서 물어봐도, 분명히 2개를 넣었다고 합니다. 마침 최근에 집 근처 주차장에 설치한 CCTV가 있었던 A씨는 CCTV를 돌려봅니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배달원이 치킨 다리를 하나 먹고 옆에 버려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퍽퍽살이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닭다리는 좀 선을 넘은 것 같습니다.

     

     배달원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해결 

     사실 빼먹기 사건 자체는 조금 유행이 지난 감이 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음식점이 포장을 좀 빡세게 합니다. 스티커 하나 정도로도 모자라서 투명 스카치 테이프를 여러 개 붙여놓는다든지... 상당히 먹기 불편해졌습니다. (고객인 저두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절도죄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왜냐? 내 물건이잖아요. 내가 시킨 치킨.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민법에서 계약은 청약과 승낙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배우셨을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치킨을 주문한것도 치킨 아저씨에게 청약을 넣은 것이고, 아저씨가 승낙을 한 것이지요. 과거에는 직접 대면했다면, 언제부터는 '전화주문'으로 그리고 이젠 '어플주문'으로 수단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조리가 끝나 배달되고 있는 치킨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나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법에서는 아직 치킨집 아저씨에게 소유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문제제기의 주체와도 연관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배달원이 닭다리를 빼먹어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고객인 내가 액션을 취하는게 아니라, 배달원과 또다른 '계약'을 맺은 아저씨가 문제 제기를 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아저씨와 배달원은 안전하게 '치킨'을 운송할 계약을 맺은 상태인데, 이것을 원활히 이행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여기서 다시 문제가 생깁니다. 예전 90년대~00년대까지만 해도 배달원은 배달집에 소속된 종업원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치킨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치킨을 점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고용'된 자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배달은 독립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즉 소유는 여전히 아저씨가 하지만 점유는 배달원이 하게 된 것입니다. 위탁계약에 의해 잠시 보관 중인 상태로 보겠습니다.

     

     절도죄와 횡령죄, 잠깐 표로 정리해볼까요?

      타인 소유 O 타인 점유
    절도죄 O O
    횡령죄 O X

     둘다 타인이 소유한 것을 꿀꺽한 것에는 차이가 없지만, 점유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것을 슬쩍하면 절도죄이지만, 점유가 아닌 것을 슬쩍하는 것은 절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에 버스에 두고 내린 '지갑'을 생각하면 좋겠네요.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배달원에게 법적 절차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블로그의 개설 이유이기도 하죠. 늘 법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점주가 직접 배상을 하거나(보상과의 차이, 저번에 했죠?)

    2020/12/17 - [사례로 보는 생활 법률] - 보상과 배상, 무엇이 다를까?

     

    화난 손님에 의해 가게 어플 평점이 깎일 뿐입니다. 결국 애먼 양측만 피해를 보고 쓸데 없는 비용(스티커)등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 외의 이야기

     요즘은 조용조용합니다. 아마 배달이 너무 많아지면서 바빠져서 그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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