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유사고, 내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사례

     여자친구와 드라이브를 나간 A씨. A씨의 차는 뽑은지 얼마 안된 외제 차량입니다. 물론 요즘은 경유 외제차량도 많죠. d로 끝나는 모델들인데, 연비도 좋고 토크감도 좋아서 꽤 마음에 듭니다.

     

     어랏, 근데 기름이 없네요. 근처 주유소를 찾아봅니다. 마침 네비게이션 기능이 좋아져서 그런지 금방금방 주유소를 찾아줍니다. 외곽지역이라 없을 줄 알았는데 다행입니다.

     

     자연스럽게 차를 주유소 안으로 몰고 갑니다. 뭔가 경유랑 휘발유가 나뉘어있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주유소인만큼 알아서 잘 주유해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 모델은 뒷트렁크에도 d라고 붙어있으니까요.

     

     주유기 앞에 주차를 했습니다. 뭐 귀찮은데 시동도 일단 켜놓았습니다. 주유가 시작됐네요. 스윽 보니, 내 차에 휘발유를 넣고 있습니다. 번개처럼 뛰쳐나가서 주유기를 뽑긴했지만 이미 꽤 많은 양이 들어갔습니다. 시동이라도 껐으면 유류탱크만 갈면 될텐데... 연료라인까지 싹~다 갈아야하네요. 어떡하죠?

     

     아니... 경유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눈치껏' 경유를 넣었어야하는 것 아닌가요? A씨의 책임은 어디까지 있을까요?

     

     

    해결 (2017나 36856)

    1. 종업원

     주유소의 직원은 주유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므로, 주유하는 차량이 사용하는 연료를 확인하여 그에 맞는 연료를 주유하여야 할 주의 의무가 있지만, 게을리해 혼유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질리도록 나올 '주의 의무'입니다. 어쨌든, 주유소 직원이면 운전자가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꼼꼼히 확인해 봤어야했습니다. 요즘은 같은 모델이더라도 경유와 휘발유가 동시에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한 번쯤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2. 사용자 (사장)

     아 물론 알바생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용자도 책임을 지게 됩니다. 전에 '공작물 책임'에서 본 '무과실 책임'이 또 나오게 됩니다.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1)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3) 전2항의 경우에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1)을 보면, 사장은 알바생이 A씨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사장이 정말 교육을 철저히 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네요.

     

    3. 운전자 A씨

     그렇다고 해서 운전자 A씨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1. 유종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 시동을 끄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유종을 알려줬거나, 적어도 시동을 껐더라면 연료 탱크만 세척하는 것으로 끝났을 일이 커진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판결문에도 운전자 A씨의 책임을 30% 인정했습니다. 

     

     1,2,3을 종합해본 결과, 경우에 따라 운전자도 책임을 분담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종 스티커를 붙이거나, 시동을 끄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

    구체적인 손해액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참고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견인비용 : 165,000원 인정

    (2) 수리 및 교체비용 : 571,780원 인정

     - 연료탱크를 제외한 다른 부품의 수리는 온전히 혼유로만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적은 금액만이 인정되었습니다.

    (3) 대차비용 : 1,750,000원 인정

     - 렌트비입니다. 실제 렌트기간보다 적게 인정된 것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간만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4) 격락손해 : 기각

     - 혼유로 인해 발생한 차량 가치의 감액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선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기각되었습니다.

     

    소결론

     

    원금
    (1) + (2) + (3) x
    70%(책임)

    +

    이자

    기간에 따라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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